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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소년이여, '싸가지'를 가져라

작성일 2005.08.31 13:49 | 조회 4,720 | 푸른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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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주의 '발칙 칼럼']소년이여, '싸가지'를 가져라

엔터테인먼트부· zeeny@chosun.com

입력 : 2005.08.30 19:17 19' / 수정 : 2005.08.30 19:51 25'




아이가 막 뭐라고 하는 거 있죠. 왜 길에서 아는 척 하냐고.”(초등생 어머니) “아이가 왁스를 사오라는 거예요. 사다줬죠. 애가 펄펄 뛰어요. 난 마룻바닥 닦는 왁슨 줄 알았는데, 헤어왁스라나. 그 후론 얘가 절대 뭘 부탁하지를 않죠.”(중학생 어머니)

사춘기 아들을 둔 엄마들은 “집안에서 만만한 남자라고는 남편뿐”이라는 말을 심심찮게 한다. 이 나이 소년은 같이 놀러가는 건 고사하고 같이 밥먹으러 나가는 것도 거부하고, 친척집 동반은 상상도 못하며, 심지어 길에서 아는 척만해도 “창피하다”며 화를 낸다. 그저 ‘사춘기가 오래간다’는 말로 이런 아이들에게 엄마들은 ‘꿇어준다’. 중간고사, 기말고사, 수능…. 엄마가 아들에게 꿇어야 할 이유는 ‘배스킨라빈스 써티원’보다 다양하다.


문제는 이렇게 시작된 ‘사춘기’가 거의 사십 년을 간다는 것이다. 한국 남성들의 ‘결혼 후 소통장애증후군’은 생각보다 일찌감치 시작된 것은 아닐까. 여전한 남아선호가 독불장군 아들을 양산하는 건 아닌가 싶었다. 그리하여, 그들이 자라나 거대한 ‘싸가지 왕자’의 왕국을 건설하게 된 게 아닌가 했다. 하버드대 심리학과 윌리엄 폴락 박사의 연구 결과를 보기 전 까지는 말이다.


소년·남성 심리 전문가로 ‘Real Boy’ 시리즈의 저자인 그는 소년들은 일종의 심리적 ‘마스크’를 쓰고 살아간다고 말한다. 소년은 슬픔이나 고독함, 혹은 무기력 같은 자신의 약점이 알려지는 게 두려워 ‘분노’로 포장한다. ‘소년은 울지 않는다’ ‘남자는 강해야 한다’는 어릴 적부터 시작된 유·무형의 심리적 압박이 ‘남성의 경계선’에 선 소년들에게 그런 감정을 인정하는 순간, 진정한 남자가 되지 못한다는 두려움을 심어준다. 이들이 받아들이는 ‘남성적 코드’에는 처녀를 정복하는 일, 약함을 인정하지 않는 일 같은 것들이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아마도 우리는 이런 ‘마초화’ 과정에 동참한 후, 그 마초의 도덕성을 비판하는 사람이 된건 아닐까. 식당이나 길에서 “아들, 아들…”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자주 들어봤다(반대의 경우는 별로 없다). 바로 그 순간부터 소년은 소녀에 비해 과도한 엄마의 ‘기대’를 알게 되는 건 아닐까. 남편들은 자신의 아내가 아들로부터 ‘면박’ 당하는 걸, “짜식” 하면서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유전자를 물려줬다고, 심리적 부담까지 물려줄 필요는 없다. ‘약 하는 남자’만 아니면, 때로 ‘약한 남자’로 사는 것도 괜찮다고 말해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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