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보슬보슬내리는 오전, 딸내미 손잡고 서울 나들이 나왔어요.
오늘의 목적지는 윤당아트홀,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버스 타고 도착한 그곳.
그곳에서 <가방 들어주는 아이> 공연을 보았답니다.
윤당아트홀은 두번째 방문이네요.
목각인형 마리오네트 공연을 보았거든요.
그 공연도 참 감동을 받았는데 이번 공연 역시 부푼 마음을 안고 기다렸답니다.
초대권으로 티켓팅을 하니 자리가 중간이네요.
다른 분들은 좋은 자리에서 봤다고 하던데...
자리가 어중간해서 딸아이가 좀 마음이 상했어요.
그래도 공연이 시작되니 깔깔거리면서 잘 보더군요.
초등학생이라서 보조쿠션도 주시지 않으시더라고요.
중간중간 엄마들이 앉아있으니 더 잘 보이지 않았나 봐요.
예전에는 자리에 상관없이 보더니 이제는 좀더 자세히 가까이 보고 싶나봐요.
좋은 자세죠. ^^ 공연을 잘 즐기고 있다는 표현이니까요.
공연은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무대만 살짝쿵 찍어보았어요.
8,90년대 느낌이 나는 정겨운 무대죠.
아이들의 의상이나 말, 놀이 등도 8,90년대 느낌이라서 향수에 젖었었죠.
출연진은 모두 6분. 1인 다역을 하시는 분이 3분,
나머지 3분은 고정이시던데 1인 다역하시는 분들이 정말 수고가 많으시더라고요.
문방구 아저씨는 마지막에 천사 날개를 하고 계셔서 저와 딸 모두 깜짝~ 놀랐었어요.
책을 아직 읽어보지 않아서 원작과 비교할 수는 없더군요.
공연 보고 나서 꼭 읽어보자고 약속했어요.
문방구 아저씨의 연기는 정말 좋았어요.
노래도 잘 하신다 생각했는데 역시 뮤지컬을 하셨더군요.
석우 역의 배우는 노래는 안하시는 게 좋을 것 같더군요. 아니면 배역상 그렇게 하신 건지.... 연기는 그렇게 캐릭터를 잡아서 그런가 보다 하고 보았어요.
영택 역의 배우는 다리 저는 연기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해서 딸이 진짜냐고 물어보더군요.
1인 다역의 남자 배우들에게 저희 딸이 푹 빠졌어요.
여자 배우분도 공 역할 할 때 너무나 웃겨서 배꼽 잡았어요.
석우는 처음에는 선생님의 부탁으로 영택의 가방을 들어주게 되지만
차츰 차츰 영택의 아픔을 이해하게 되고 진실된 우정을 통해 자신의 아픔 또한 이겨나가게 되는 마음 건강한 아이랍니다.
특히 영택의 다시 걷지 못해도 좋으니 한번 힘차게 달려보고 싶다는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문방구 아저씨께 부탁하고 주문을 배우는 장면, 영택이 진짜로 달리게 되는 장면에서는 울컥해서 눈물이 찔끔 나왔답니다.
우리 딸도 문방구 아저씨께 배우는 주문 장면이 제일 재밌었다고 하네요.
재수술을 받아 더 나아진 영택이의 다리를 보니 다음에는 진짜 혼자서 걸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생기더군요.
영택이의 가방을 스스로 달라고 하는 석우. 흔쾌히 내어주는 영택.
둘의 우정이 영원히 계속 되길 바래봅니다.
자칫 어두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유쾌상쾌하게 풀어나간 배우분들과 극본이 참 대단하네요.
요즘같이 삭막한 시대에 마음을 나눌 수 있고 아픔을 나눌 수 있고 함께 웃을 수 있는, 기댈 수 있는 친구의 존재가 얼마나 큰 힘이 되겠어요.
우리 모두 나누면서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길 바래봅니다. 자신부터 노력해야 겠죠.
좋은 공연 알게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책도 꼭 사서 읽을 게요. 덕분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하루였어요.
네이버블로그에도 올렸어요.
http://blog.naver.com/asyncro/2200976794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