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런 엄마가 될 수 있을까...
나도 이런 딸이 될 수 있을까...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내게 생각나는 것은 이 두가지였다.
나라면... 이 책의 아들처럼 내 어머니에게 이런 딸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인지...
이 책의 어머니처럼 내 딸에게 이런 어머니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인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아직도 명확하게 할 수가 없다.
나는 책 읽는 걸 유난히 좋아한다. 더군다나 책 자체를 좋아한다. 유별나게~
나에게 딸이 생기기전까지 책을 고르고 구입하는 건 유일한 나의 삶의 사치이자 보람이었으며
구입해 놓은 책을 하나하나 책비닐로 곱게 치장시키고 먼지 하나라도 묻지 않게 고이 책장에 모셔두는 게 내 삶의 재미였다. 책을 읽을 때도 책장 한 페이지 구겨지지 않을 정도로 세심하게 읽었고 화장실, 침대 협탁 위, 화장대 오른쪽 구석, 부엌 식탁 한 귀퉁이 등 책장외에도 내 손이 쉽게 뻗어나갈 수 있는 곳은 항상 내가 읽어야할 책들, 읽고싶은 책들이 가까운 곳에 있었다.
그런데 결혼을 해서 아이가 생겼고 이러한 책들이 있던 곳에는 내 아이가 있다.
지금은 딸 아이를 키우는 것이 내 삶의 보람이며 재미이며 그 자체이다.
아이가 36개월이 될때까지 육아서적 및 아이발달 서적 말고는 그 좋아하던 책을 손에서 놓은지가 오래되었다. 그런데 운명처럼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을 읽을 수 있는 행운이 나에게 왔다.
단 하루만에 다 읽어버릴 만큼 너무나 황홀한 그 행운....
[엄마와 함께한 마지막 북클럽] 은 암선고를 받고 죽어가는 어머니와 이를 지켜보는 아들, 두 모자가 서로의 이야기를 그들만의 책과 함께 펼쳐놓은 글이다. 아주 우연히 커피 한잔으로 시작된 "북클럽" 이야기가 어머니의 죽음으로 끝날때까지, 어머니와 아들은 같이 이야기하던 책을 통해 지난 날들에 대한 서로의 상황과 생각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에서 또 다른 스물 여덟권의 책이 나온다. 책 속에 책이 이어지면서 책을 매개체로 어머니의 삼과 아들의 삶이 동시에 투영되고 있다. 그 안에서 지난 세월동안 어머니가 느껴야 했던 감정과 아들이 느꼈던 감정이 스물 여덟권의 책 몇몇 구절에 맞추어 이야기 되고 있었다.
이 스물 여덟권의 책중에서 나는 정확하게 읽은 건 세권, 어느정도 스토리만 파악하고 있는 건 두권이었다. 하지만 이 책 속에 있는 스물 여덟권의 책을 읽어보지 않아도 충분히 어머니와 아들의 북클럽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머니와 아들은 단순히 공유한 책들의 좋은 글귀만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한 여러가지 삶과 그에 따른 문제들, 사회적인 이슈들에 대해서 심도깊게 이야기하고 있다.
책 속에서 어머니는 "죽음" 이라는 두려움 앞에서도 강했다.
건강했던 시절에는 활발한 사회생활과 적극적인 삶의 태도로 강한 삶을 살았으나 암치료 과정에서는 힘들고 약한 모습이었다. 그래도 자신은 운이 좋은 사람이라며 짧게 남은 삶을 다른 사람을 위해 살고자 하는 멋진 모습으로 건강했을때보다 더욱 열정적이고 강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강인함 때문에 말기암 6개월 생명한도 기간을 2년이상 연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을 것다.
이런 어머니를 바라보는 아들은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보는 과정에서의 불안감을 달래기 위한 임시방편이었던 어머니와의 북클럽이 어머니와 함께하는 작은 축제임을 깨닫는다. "북클럽" 이라는 작은 축제를 통해 어머니와 아들은 서로 이해하고 화해하고 함께하게 된다. 어머니는 죽음의 공포를 잠시라도 잊을 수 있엇으며 아들은 죽어가는 어머니를 보는 공포를 잠시라도 지울 수 있었다.
"죽음" 이라는 공포와 혼돈 속에서도 어머니와 아들은 "책"을 통해서 서로 안정을 찾아가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이 책은 눈물이 흘러내리는 감정폭발 책은 아니다. 실화지만 어쩜 논평같은 딱딱함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딱딱함이 오히려 난 더 가슴을 애절하게 했다. 엄마가 죽는다는데 어떻게 저렇게 책 이야기를 하고 농담을 할 수 있을까.... 내 죽음을 알고 내 자식이 얼마나 고통스러워할까 걱정되어서 괴로울 것 같은데 어떻게 저렇게 의연할 수 있을까... 싶어서~ 책 구구절절 많은 내용이 가슴에 와 닿았으나 그중 몇 구절을 추려본다.
치료의 목표가 완치가 아니라 죽음에 이르는 시간을 좀더 늦추는 것이자, 아직 시간이 있을 때 삶을 살 만한 가치가 있는 무언가로 만드는 것(본문 p.113)
그제야 나는 우리 모두에게 어머니가 죽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단지 당신이 죽는다는 사실 때문에 슬픈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죽음과 함께 다가올 우리의 꿈도 함께 죽어버리기 때문에 슬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군가를 잃는다고 그 사람 자체를 잃어버리지는 않는다
(본문 p.182)
많은 사람이 죽음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이야기하려 하지만, 죽어가는 과정에 대해서 이야기하려 드는 사람은 거의 없다.(본문 p.203)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쟎아! 수사가 줄리엣이 죽은 것이 아니라 약에 취했을 뿐이라는 사실을 로미오에게 알려주거든. 그래서 로미오와 줄리엣이 둘다 목숨을 구해.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행복한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구나. 내 생각엔 우리 모두 그럴 수 있을 것 같아.
(본문 p.363)
나는 다시 이 책을 펼쳐 들었다.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이번에는 더욱 천천히 힘을 줘서 읽어볼 생각이다.
내 옆에서 자고 있는 내 아이의 손을 꼭 붙잡고 읽을 것이다.
그 다음에는 가까이 살고 계시는 친정엄마를 찾아가서 함께 손을 잡고 읽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내 머리속에 가득차 있는 질문들의 답을 찾을 것이다.
"죽음" 이라는 공포가 나에게 가까이 왔을 때, 아니 그보다 훨씬 전에...
난 나의 어머니와 나의 아이와 함께 내가 읽었던 책과 읽고 싶었던 책, 읽어야할 책을 함께 이야기하고 싶다. 그 속에 내 삶을 이야기하며 얼마나 내 어머니를 존경했는지 내 아이를 사랑했는지 다시 한번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