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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녘 (엄마 아빠의 맘이 잘 나타난 시랍니다. )

작성일 2009.06.16 21:49 | 조회 3,090 | 유지호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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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도 제가 개인적으로 무지 좋아하는 시랍니다. 역시나 백일앨범에 넣기 위해 찾았는데 결국은 스튜디오의 실수로 못 넣은 시네요. 그래도 넘 좋아서 올려봅니다.


들녘

-하종오-

어미 아비는 널 가지면서부터
온 삶이 저 흙 키우는 드넓은 대지이고 싶었다.

언제나 가난하면 양식 주고
넉넉하면 거름 가져가는 들녘에서
한 알의 곡식 아껴 먹으면서도
태어나지 않은 널 위해 남겨 두었고
하룻밤 기우는 초생달 보면서도
너의 밝고 맑은 생일을 위해 안타까워했다.

그런 밤마다 네 어미 만삭 배에 귀대고
꿈틀거리는 베냇짓 소리 들으면서
만약 갸날픈 계집아이라면
온 들녘 껴안을 큰 젖가슴 가질 거라고 생각했고
만약 실하고 거센 사내아이라면
온 들녘 갈 큰 손발을 가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과연 네 첫 울음은 강물 흔들고
네 눈망울은 아침 해 둥그렇게 떠올랐다.

너의 어리디 어린 목숨이 온 순간
땅이 이 세상 끝없이 펼쳐졌다.

이제 네 어미 들나물 먹고 만든 젖 되먹고
네 아비 논밭에서 받은 힘 되받아
어미 아비가 맺은 씨앗들 다 뿌리는 농부 되어야 한다.

곡식 익는 때는 참으로 길고 머느니
지금부터 추수기까지 해마다 잘 자라거라.

황사바람 일어나는 목마른 저 흙에서
어미 아비는 널 낳은 후 비로소 대지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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