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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모유수유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작성일 2011.08.28 01:06 | 조회 30,841 | 치즈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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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가득 담긴 눈으로 미소를 지으며 아기를 바라보는 엄마의 모습과 젖꼭지를 한 입 가득 물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짓는 아기. 이상 속 ‘모유 수유’의 이미지와 현실 속 저의 ‘모유 수유’는 너무나 달랐어요.

36주 5일 만에 세상에 나온 우리 아기는 미숙아와 정상아의 아슬아슬한 경계선 위에 있었습니다. 2.5kg, 48cm의 조그만 아기. 3∼4kg을 훌쩍 넘어서는 다른 아가들에 비해 단비는 너무나도 작았죠. ‘응애~’하고 크게 울지도 못하고 ‘애앵’ 거리는 아가는 보기만 해도 눈물이 날 정도로 안쓰럽기만 했습니다.

외근이 잦고 스트레스가 많았던 나의 직업 탓이라면 탓일 터였습니다. 조산할 수 있다는 의사 선생님의 이야기에 병가를 두 번이나 내고 출산 휴가를 최대한 앞으로 당겨가며 일찍 회사를 쉬었건만 아가는 너무 일찍 세상에 나와 주었어요. 그래도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죠.

막연하게나마 모유 수유가 아가에게 좋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 왔었기에 꼭 모유 수유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제겐 젖을 물리는 것도 사치였습니다. 단비는 산후조리원에 내려오자마자 황달 수치가 높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모유 수유 금지령을 받았어요. 결국 병원에 가 모유 수유가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진단을 받고 나서야 다시 젖을 먹일 수 있었지만 다음날 다시 모유 수유 금지령을 받았습니다. 이유는 아가가 장염에 걸렸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어요.

하는 수 없이 다시 직접 수유를 하지 않고 젖을 짰어요. ‘아가가 당장 먹지는 못해도 지금 짜 놓으면 나중에라도 젖을 먹일 수 있겠지’ 하는 생각에 새벽에도 3시간 마다 일어나 열심히 젖을 짰습니다. 아가에게 젖을 물리는 다른 엄마들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어요. 하루, 이틀… 젖을 못 먹이는 날이 계속되자 너무 속이 상해 눈물이 날 지경이었어요. 결국 아기 상태가 좋지 않은데 젖을 먹이는 것은 엄마 욕심이라는 산후조리원 측의 반대를 무릅쓰고 젖 먹이기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모유 수유의 길은 역시 쉽지 않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제 유두는 소위 편평유두였죠. 젖꼭지도 너무나 작았고요. 게다가 며칠간 젖병을 빨았던 단비는 젖병 꼭지에 익숙해져 젖꼭지를 잘 빨지 못했습니다. 속상했지만 틈만 나면 열심히 젖을 물렸고 책도 여러 권 구입해 정독하며 공부했고 유방마사지도 받았어요. 단비는 조금씩 젖 물기에 익숙해졌습니다.

가려먹어야 할 음식도 많더라고요. 수유 초기에는 젖이 금세 불고 젖이 새어 나와 외출을 하기도 어려웠습니다. 아기가 쑥쑥 크지 않으니 부모님들은 제 젖이 적어 그런 것 아니냐며 분유 섞어 먹일 것을 권하셨어요. 그렇지만 제 생각은 달랐어요. 젖은 아기가 빠는 만큼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에 양이 그리 적다고 느끼지 않았고 원래 몸무게가 적게 태어난 우리 아기가 분유 먹는 아가들에 비해 몸무게가 적은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제 고집으로 계속 완모를 했습니다.

가장 큰 고비는 복직이었습니다. 3개월의 출산 휴가 뒤에는 회사로 돌아가야 했고 남자 직원이 많은 회사 분위기상 사무실에서 젖을 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죠. 그렇지만 간신히 모유만 먹도록 길들여 놓은 아기를 다시 분유를 먹게 할 수도 없었고 아직은 너무나 작은 아기가 눈에 밟혔어요. 다행히 회사에서 육아 휴직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해줘 1년 간의 시간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아기에게 젖 물리기 쉽게 하느라고 허리와 어깨를 많이 숙여 수유하다 보니 몸에 무리가 왔습니다. 앉아 있기 힘들 정도로 허리가 아팠고 밤에는 왼쪽 팔이 아파 잠을 이루기 어려울 정도였어요.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젖꼭지가 갈라지고 피가 나기도 했죠. 그리고 수유 자세 때문인지 가슴이 뭉쳐 무척 아팠어요. 다시 유방마사지를 받으러 다녔습니다. 마사지가 끝나면 가슴이 너무 아파 울면서 집으로 걸어오기 일쑤였어요.

모유 수유하면 겪을 수 있을 만한 갖가지 어려움은 두루 겪고 나서야 비로소 모유 수유가 자리 잡혔습니다. 그리고 저도 소위 ‘완모맘’이 됐습니다. 모유 수유를 하면서 임신 후 12kg이 더 늘었던 몸무게는 정상으로 돌아왔고 오히려 임신 전보다 4kg이 더 빠졌습니다. 원래도 마른 몸매였던 터라 너무 말랐다며 주위에서는 걱정이지만 곧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리라 믿기에 그리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 단비는 정말 예쁘게 잘 자랐어요. 몸무게도 약 7.2kg 정도 까지 늘었고 키는 69.2cm. 키는 평균에 가깝고 몸무게는 아직 많이 모자라지만 그래도 처음 태어날 때 100명 중 꼴찌에서 5등이었는데 이제 15등 정도까지 왔으니 이 정도로 만족합니다.

만약 둘째를 낳는다면? 그때도 제 선택은 당연히 모유 수유입니다. 우선 지금은 모유 수유가 너무나 편해요. 젖병에 온도를 맞춰 분유를 타고 씻고 열탕 소독하고 하는 번거로움 없이 언제 어디서건 젖만 물리면 되니 말입니다. 그리고 경제적이죠. 한 달에 20∼3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는 분유 값으로 아가에게 투자할 수 있으니 좋아요. 아기 건강에 분유와는 비교도 되지 않게 좋다는 것은 두말 할 나위도 없고요. 그리고 배고파 죽겠다며 앵앵 울어대다가도 젖만 물리면 내 눈을 바라보며 오물오물 맛있게도 빨아대는 아가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어찌 포기할 수 있겠습니까.

비록 아직은 하룻밤에 2∼3번 계속되는 밤중 수유가 고달파도, 오랜 시간 아기를 떼어 놓고 외출할 수 없어도, 가슴이 쭈글쭈글 할머니 젖이 되어도, 예쁜 옷을 마음껏 입지 못해도 제가 모유 수유를 그만둘 수 없는 이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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