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광고같은 느낌도 들지만... ^^ 남성들의 이상한 권위주의와 우월주의가 이젠 사라져야할 때가 왔다는 암시같아서... ㅋㅋ
남편들이여 아내 이기려 하지 마라
[세계일보 2005-08-28 20:15]
결혼하는 후배에게 충고의 말을 건넨다면 흔히들 초반에 주도권을 잡으라고 말한다. 그래야 평생 편하다는 게 뒤따르는 논리다. 그런 말을 들은 이상 신혼 때 치르는 첫 부부싸움은 잘잘못을 가리기보다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한 ‘기싸움’으로 번져간다. 이 기싸움이 어이없게도 이혼으로 몰고가기도 한다.
‘대한민국 유부남 헌장’(북폴리오)을 펴낸 김상득(41)씨는 그러한 충고가 결혼생활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결혼 후 행복의 기준을 자신의 생활이 편한가 그렇지 않은가로 비교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습니다. 결혼할 때는 이 사람을 행복하게 해줘야지 결심하고는 막상 일상에선 배우자 위에 서려는 건 말이 안되죠.”
김씨 자신도 결혼 초에는 주도권을 잡기 위해 사소한 것에서 물러서는 법이 없었다고 한다. 결혼생활 17년째 들어서서야 “아내가 눌러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삶의 파트너임을 깨달았다”고 털어놓는다.
‘부부생활의 금과옥조’라 할 수 있는 이 책에는 결혼에 관한 그의 단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몇 년 전 결혼을 앞둔 직장 동료가 조언을 구하기에 썼던 ‘선배 유부남이 후배 신랑에게 주는 26가지 삶의 지혜’가 인터넷에 반응을 모으면서 책으로 내놓기에 이르렀다.
책은 결혼생활에서 옳고 그른 행동이 무엇인지를 지적한 게 아니라, 무수한 시행착오를 통해 얻은 삶의 ‘지혜’가 묻어 있다.
“제가 모범적으로 살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에요. 대한민국에서 유부남으로 사는 삶의 방법 중 하나를 제안하는 거예요. 살아보니까 이런 게 아쉽더라 하는 것들이죠.”
‘대화’ ‘가사분담’ ‘부부싸움’ ‘성생활’ ‘육아’ 등을 주제별로 나눠 부부관계를 정리한 글은 삶의 소소한 면들을 지적하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책의 첫 부분에선 남편의 ‘필수 행동강령’을 강조한다.
“아내가 부를 때에는/스포츠 중계가 제아무리 재미있고/ 신문 기사가 혼을 빼앗는다 해도/한번에 바로 대답하고/ 아내 쪽을 바라보라/ 상냥한 아내를 만드는 것도/ 사나운 아내를 만드는 것도/ 다 그대에게 달려 있다/ 여자는 남자 하기 나름이다.”
부부싸움에서 민감한 문제는 처음부터 빌미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아내 몰래 부모나 형제에게 돈을 보내지 말라고 충고한다. 반면에 처가에 돈을 보낼 때는 아내에게 말하지 않는 편이 좋단다. 소변을 볼 때는 최소한 양변기 시트를 올려놓기를 권장한다.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신뢰를 쌓기 위해선 작은 것에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퇴근하기 전에는 꼭 아내에게 전화를 해 ‘뭐 사다 줄 것 없느냐’고 물어보고 바빠서 아내의 전화를 받지 못했다면 나중에라도 다시 해주는 것이 신뢰를 쌓아가는 지름길이다. 부부가 싸우는 것은 “남북통일 문제나 인권문제처럼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남들에게 설명할 수도 없는 유치하고 사소한 것으로 다투고 헤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자녀가 자라면서 느끼는 감정들을 그때그때 기록하고, 아이가 달려 오거든 손에 있는 모든 것을 버리고 안아주라고 말한다. ‘육아를 하지 않는 남자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일본 광고 문구처럼 아버지란 위치는 쉽게 가질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그가 책을 내자 “결혼생활에 큰 도움이 됐다”는 긍정적 반응과 “이렇게까지 하면서 살아야 하느냐”는 비난의 목소리로 극명하게 갈렸다.
“삶의 방식에 대한 하나의 제안이니까 당연히 제 글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겠죠.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일단 결혼하면 순간순간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죠. 미래에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모르니까요. 그 순간이 지나면 다시 되돌아 올 수 없는 게 결혼생활입니다. 차 떠난 뒤 붙잡을 수 없는 것처럼요.”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선 결혼하는 후배들에게 “가급적 아내와 시간을 함께 보내라”고 충고한다. “시간도, 아내도 기다려주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것입니다. 결혼식장에서 가졌던 그 마음을 그대로 가져가면 나중에 후회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요.”
행복한 결혼생활을 꿈꾼다면 그가 들려주는 결혼 얘기에 한 번쯤 귀기울여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글 윤성정, 사진 이종덕 기자
ys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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