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을 먹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엄마와 아기, 그리고 그 둘이 함께 꼭 붙어 있는 것입니다. 인터넷 쇼핑몰이나 블로그에도 모유수유를
하는 엄마가 꼭 준비해야 하는 출산준비물로 유축기를 당연히 권하고 있는 것이 국내 현실입니다.
엄마가 젖이 잘 안 나오거나, 젖이 너무 많이 돌면 유축기로 젖을 짜내야 하고 자동유축기와 수동유축기가 있는데, 가격 차이가 많으므로
수동유축기만 있어도 충분하다고 합니다.
분만 후 아기와 엄마가 처음부터 24시간 내내 같이 붙어 있다면-말 그대로 붙어 있어야 합니다. 엄마의 유방 두 개 사이 오목한 곳이 바로
아기가 하루 종일 있을 곳입니다.-젖이 잘 안 나오거나, 젖이 너무 많아 유축기를 쓰겠다는 생각이 생길 겨를이 없습니다.
유축기는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짜서 먹이고 싶은 유혹을 불러 일으키는 방해꾼입니다. 임신 중에 예약을 위해 산후조리원을 돌아볼 때는
산모들이 지내는 방마다 유축기가 구비되어 있거나 산모들 눈에 잘 띄는 곳에 유축기가 있는 조리원은 가장 먼저 제외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엄마가
진정으로 모유수유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고 또 해야 한다고 믿는다면 말입니다.
선배 엄마가 쓰던 유축기를 물려 받거나, 무료라니까 보건소에서 유축기를 미리 대여해 놓으려고 애쓰지 마십시오. 무료니까 받아 놓은 분유
샘플과 마찬가지로 공짜니까, 싸니까 마련한 유축기도 눈에 보이면 짜서 먹이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유축기 사용이 불필요한 이유는 엄마의 젖양은 아기 요구량에 맞게 저절로 조절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기 때문입니다. 젖이 부족하다고 잘못
생각하여, 혹은 남은 젖은 다 짜 내야 한다고 잘못 알고 있어 이리저리 머리 굴려 엄마가 인위적으로 젖양을 조절하려다 보면 사랑스런 아기에게
젖먹이는 기쁨과 행복이 저 멀리 달아나 버리고 맙니다. 아기를 안고 어르고 먹이는 일을 왜 또 하나의 노동으로 만들어 버리려고
합니까?
분만 후 초유가 조금씩 나오는 첫 하루, 이틀 동안은 아기가 깰 때마다 젖을 물리면 됩니다. 한번 수유량은 2-3cc에 불과하지만 하루에
10번 정도 계속 젖을 먹이면 아기에게 충분한 양입니다. 3일 쯤 되면 반대로 젖이 너무 갑자기 돌아 유방이 단단해지고 아기가 다 먹지 못해
젖이 남는 일이 생깁니다. 때문에 이렇게 되기 전에 먼저 손으로 젖을 짜는 방법을 배워서 연습해야 합니다. 울혈이 있을 때도 가장
효과적으로 유방을 비우는 것은 젖물기를 정확히 하여 아기가 직접 젖을 빨아 먹는 것입니다. 수유 후에도 상당히 불편하면 생후 3-4일 경 울혈이
있을 때만 일시적으로 수유 후에 유축을 할 수 있는데 잘 배워두면 손으로도 잘 짤 수 있습니다. 하루, 이틀 쓰려고 유축기를 미리 마련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젖을 짤 때는 짠 젖을 어떻게 먹일지도 미리 생각해 두어야 합니다. 조금 나오는 초유는 손으로 짜서 숟가락에 담아 먹이고 좀 더 젖이 잘
나오면 컵에 담아 먹이면 됩니다. 신생아 시기에 유축기로 짠 젖을 우유병에 담아 벌컥벌컥 들이키게 하지 마십시오. 엄마 젖 빠는 것과 너무 달라
직접수유를 하기 어려워하는 아기들도 있습니다.
복직하여 낮동안 아기를 볼 수 없는 엄마나, 미숙아 중환자실에 아기를 두고 혼자 집에 와야 하는 엄마가 아니라면 절대로 유축기는 마련할
생각도 하지 마십시오. 이 경우라면 가격이 싼 수동유축기가 아니라 목적에 맞는 효과를 충분히 볼 수 있는 직장여성용 유축기를 사거나 병원급 양측
전동식 유축기를 대여하는 것이 가격 대비 효과 면에서 경제적입니다.
유축기는 출산 준비물이 아닙니다. 함께 있는 엄마와 아기, 그리고 엄마의 두 손으로 젖짜기를 배우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소아청소년과전문의, 국제인증수유상담가 정유미
제 직장 동료도 출산휴가 들어가기 전에 유축기를 미리 구입한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말렸는데도 불구하고 출산 준비물 품목에 들어가 있다면서..
유축기는 처음부터 살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모유 수유하며 모유량이 많거나 적은지를 판단한 후 구입하여도 늦지 않고, 직장에 복귀할때 구입하여도 늦지 않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