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의 아버지] 세상서 가장 큰 재산은 사람이다
작성일 2013.06.22 22:04
| 조회 1,082 | 아침햇살용이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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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는 자주 편찮으셨다. 하지만 내 기억 속에는 '병실' 속의 아버지가 아니라 '병원' 속의 아버지가 있다. 간이 많이 좋지 않으셨던 아버지는 죽음의 문턱을 몇 번이나 오가셨지만 환자의 모습으로 병실에만 누워 있지 않았다. 지치고 힘들 법한 병원 생활 속에서도 사람에 대한 사랑은 끝이 없었다. 그 큰 대학병원에서 아버지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아버지는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하셨고 사람들과 나누는 웃음을 좋아하셨다. 어떠한 이익도 없이 그저 순수하게 사람을 사랑하셨다. 오랜 병원 치료가 끝나면 의사는 물론 원무과 직원들에게도 감사하다고 꼭 말씀하셨다. 그 바람에 집으로의 초대가 많아져 어머니께서 힘드셨던 점도 없지 않았다. 그런 초대가 잦을 때면 난 아버지가 싫었다. "편찮은 것만으로도 모자라시냐", "왜 집에 계신 동안에도 어머니를 힘들게 하시느냐"며 싫은 소리를 참 많이 했었다.
아마도 난 어머니가 힘드신 것도 싫었지만 어려서부터 사내인 나와 몸으로 어울려 놀아주거나 함께 운동조차 할 수 없는 아버지의 건강하지 못한 모습이 싫었던 것 같다. 내가 그렇게 당신을 싫어하는 내색에도 아버지는 내 친구들까지도 살뜰히 챙기셨다. 나보다 친구들이 아버지가 계신 우리 집을 편하게 생각할 정도였다. 아마도 아버지는 나와의 점점 멀어지는 거리감을 가깝게 하기 위해 내 친구들을 더 챙기셨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아버지는 나와 살가운 부자의 정을 단 한 번도 나눠 보지 못한 채 69세라는 비교적 이른 연세에 천국으로 가셨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난 깨달았다. 친구들은 물론이고 건강상의 이유로 얼마 다니지 못하셨던 회사 동료들, 동네 약국, 병원 직원 분들, 그리고 내 친구들까지도 복받치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난 아버지께서 살아오신 인생을 느낄 수 있었다. '만약 아버지가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서 서로의 잇속을 먼저 차리는 관계를 중시하셨다면 저들이 저렇게 진실한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 '저 많은 사람들이 생업을 며칠씩 포기하고 이 자리에 와 있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아버지의 인생을 단 한순간도 존경하지 못했던 나 자신을 채찍질하게 됐다.
나는 업무 특성상 사람을 많이 만난다. 만약 내가 잇속을 차리며 사람을 이리 재고 저리 잰다면 과연 우리 회사가 성장할 수 있을까. 우리의 고객들에게 진실로 다가갈 수 있을까. 간혹 나도 잇속을 따져가며 욕심을 부리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런 섣부른 욕심이 앞설 때 내 앞에는 어김없이 아버지가 나타나신다.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지었던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웃음이 나의 부질없는 순간의 욕심을 가로막아 주신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의 가르침은 소중하다. 말로 전해 주는 가르침도, 함께 생활하며 몸소 보여주는 가르침도 그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가르침은 없다. 난, 그런 소중한 가르침을 아버지가 떠나시고야 알게 됐다는 게 너무나 부끄럽고 죄스럽다. 평생을 아들에게 큰소리 한 번 못 내고 사람을 사랑하는 모습만 조용히 보여주고 가신 아버지. 당신께서 남겨준 가장 큰 유산은 바로 '사람이 가장 큰 배움이자 가장 큰 재산'이라는 것이다. 아버지, 많이 늦었지만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이윤세 레이커뮤니케이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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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께 괜한 이유로 투정부리고 짜증냈던 저의 어린 시절도 많이 반성하게 됩니다..
내일 일요일이니 다들 부모님께 전화 한통씩 드려보는 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