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용인살인사건 보도한 동아일보…"영화 < 호스텔 > 봤다" 말 한 마디에 '모방범죄' 단정
[미디어오늘
조수경 기자]
" < 호스텔 > 과 같은 잔인한 영화를 즐겨보느냐?"(취재진)
"( < 호스텔 > ) 봤다. 이런 영화도 있구나 생각했다."(피의자)
용인살인사건이 일어나자 언론들은 피의자가 '공포영화를 즐겨봤다'란 말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피의자가 봤다는 영화 < 호스텔 > 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기도 했다.
취재진의 질문에는 '미디어가 범죄 발생과 수법에 영향을 미친다'는 전제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용인살인사건을 전하는 언론 보도는 어떨까. 그런 영향력을 고려한 보도라고 볼 수 있을까. 다음은 동아일보 11일자 < '10대 오원춘'…소녀 성폭행후 토막살인 "호러영화 흉내" > 기사의 도입부
#"뭐하고 있어? 놀러와. 함께 놀자."
김모 양(17)은 이런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고 잠시 고민했다.
동아일보는 이 사건을 스트레이트 기사가 아니라 피해자가 살해당하기 전 상황과 피의자가 살해하고 유기한 방식과 이후 자수하기까지의 과정을 한 편의 단편 소설처럼 재구성했다.
문제는 살해 및 유기과정이 지나치게 자세히 서술됐다는 점이다. 동아일보는 "시신을 욕조로 옮긴 뒤 공업용 ...로 ...을 내려다 여의치 않자 ...을 도려내기 시작했다", "도려낸 ...은 범행을 은닉하기 위해 변기에 넣고 물을 내려 유기했다" 등이다.
또한 동아일보는 피의자가 친구에게 보낸 사진에 대해서도 "사진은 욕조 안에 ...의 시신이 뉘어 있고 피부가 ...상태로 복부의 ...가 들여다보이는 끔찍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사체에 대해서도 "토막낸 시신의 ...는 모두 ...조각"이라던가 "살을 도려내 뼈만 남은 상태로 ...㎏가량 무게"라고 묘사했다.
타 매체 역시 피의자의 범행 수법에 대해 전하고 있다. 피해자를 목을 졸라 살해했다거나 유기 과정에서 공업용 커터칼과 김장독 비닐봉투를 이용했다는 점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사건일지를 만드는 등 전 과정을 세세히 묘사하진 않았다.
동아일보의 기사에 대해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이런 보도는 상당히 위험하다. 우선 피해자 유가족이나 유사한 경험을 한 사람들에게 상당한 충격과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면서 "기사에서 범죄에 대해 지나치게 기술적으로 기술한면 유사한 형태의 범죄 발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들은 미디어가 범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전제를 깔고 있으면서도 정작 언론보도가 범죄에 미치는 영향은 간과한 것이다.
앞서 지적했듯, 언론들은 피의자를 '공포영화광', 공포영화를 즐겨봤다'고 표현하고 있다. 뉴스Y는 "성폭행 신고를 우려해 또래 여성을 숨지게 하고 시신을 훼손한 19살 심모군은 이런 잔혹한 공포 영화를 자주 봤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채널A는 "평소 잔인한 살인장면이 많은 범죄, 공포영화를 많이 봤다"고 전했다.
범죄와 공포영화와의 인과관계를 강조한 셈이다. 하지만 언론이 전한 피의자의 말을 보면 '공포영화광'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피의자의 말이 과장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동아일보의 경우 피의자는 "가끔 공포영화를 보기도 하는데 영화처럼 한 번쯤은 흉내내 볼 생각도 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피의자는 "기자들의 질문에 '평소 잔인한 영화를 본 적이 있으며, 그런 내용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채널 A의 경우 취재진이 "어떤 영화?"라고 묻자 피의자가 "공포나 잔인한 영화"라고 답했고, 이어 "보면서 나도 이런 거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나"는 질문에 "한 번쯤은 해봤어요"라고 답했다.
기자들의 질문에 피의자가 '가끔 본다'거나 혹은 '평소 본 적이 있다'고 말한 것인데 이를 두고 '피의자가 공포영화를 즐겨봤다'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표 전 교수는 "기자가 유도심문하듯이 '봤느냐'고 묻고 피의자가 이에 대답한 것을 두고 마치 스스로 '나는 공포영화를 즐겨본다'고 대답한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용인동부경찰서 형사과 관계자는 "피의자가 공포영화를 보고 범죄를 모방했다는 진술을 한 적이 없다"면서 "수사과정에서 확인해야 하는 사안인데 언론이 단정지어 보도하면 수사가 그만큼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Copyrights ⓒ 미디어오늘.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동아일보에서 저렇게나 상세히 기사를 냈었군요..
아.. 진짜 읽어보기만 해도 끔찍하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