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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보물 넷, 사람
만들기]
나이 들어 임신해, 임신 기간 내내 정말 엄마를 힘들게 했던 우리 막내가 드디어 첫 번째 생일을 맞았다.
세 번째 브이백(VBAC, 제왕절개 후 자연분만을 하는 것)이었지만, 건강하게 한 시간 반 만에 태어나줬고, 순하디 순한 갓난아기 시절을 거쳐
이제 아장아장 걸음마를 떼는 아가씨가 됐다. 아기가 순한 덕분에 큰오빠 홈스쿨도 시작할 수 있었고, 일주일에 세 번씩 어린이집에 보내고 운동도
할 수 있어서 참으로 고마운 우리 딸.
아기 돌을 맞아 주변에서는 '마지막이고 고대하던 딸인데 좋은 식당에서 돌잔치를 해라'라는
말씀들을 많이 하셨다. 첫 아이 돌잔치를 중식당에서 했는데, 뷔페의 번잡함이 싫어 중식당에서 코스 요리로 돌잔치를 했건만 너무 정신없고 피곤했던
기억만 남았던 터라, 둘째와 셋째는 집에서 돌잔치를 했었다.
집에서 돌잔치를 하니, 가까운 가족들만 모여 아기도 편하게 자다 일어나
놀다 먹다가 하며 돌잔치를 즐겼더랬다. 돌상은 아기가 좋아하는 과일과 떡을 놓아 꾸몄고, 사진도 실컷 찍었고, 끝난 후에는 맛나게 다
먹어치웠다. 이번에도 상 차리느라 좀 힘들긴 하겠지만, 집에서 하자고 결정을 했다.
매일매일 아이들 데리고 정신없이 지내며 아무
것도 준비 않고 있다가 전날 장을 보았다. 전화로 백설기와 수수팥떡을 주문했고, 불고기 전골, 묵은지 목살찜, 잡채 등등의 메뉴를 짜 재료를
사고, 돌상에 올릴 과일을 샀다. 밤에 남편과 함께 재료들을 다듬어 준비해놓고, 일요일 아침 남편은 돌상을 꾸미고 나는 손님상을 준비했다.
부침개도 부치고, 샐러드도 만들고, 밑반찬을 예쁜 그릇에 담았다.
아빠가 꾸민 돌상. 뒤의 걸개그림은 첫째 돌 때 엄마
아빠가 그린 것이다. ⓒ원혜진 |
오빠들 셋은 상 꾸미는 것을 도와준답시고
저희들끼리 풍선을 불다가는 다 잊어버리고, 풍선으로 게임을 만들어 깔깔거리고 놀았고, 아기는 오빠들 틈에서 기어 다니다가 잠깐 오전 낮잠을
잤다.
오후 한 시. 시부모님과 친정 부모님, 그리고 동생네 식구가 모두 모였다.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아기가 깨어나 한복을
입히고 식구들이 돌아가며 아기를 안고 사진을 찍었다.
돌상에 혼자 앉혀놓으니 울먹울먹하는 우리 아가씨.
ⓒ원혜진 |
개구쟁이 오빠들은 연신 돌상 위의 딸기를 탐하며 집어먹기도
하고 정신없이 굴었지만, 즐거운 시간이었다. 얼른 돌잡이 상을 만들어 아기를 가운데 두고 돌잡이도 했다. 실과 쌀, 연필, 붓, 청진기, 돈
등을 올려놓고 아기에게 하나 잡으라고 했더니, 얼른 청진기를 잡았다. 오빠들 셋은 모두 연필을 잡았는데, '우리 막내 아가씨는 의사가
되려나'하고 모두들 기뻐했다.
개구쟁이 세 오빠들도 한복을 입고 함께 사진촬영!
ⓒ원혜진 |
상을 치우고 과일과 차를 들며 담소를 나누다가 일찍 쉬라하시며
어른들께서 돌아가셨다. 그 후 삼형제는 아랫집, 옆집, 경비실 등 동네에 떡 심부름을 다녔다. 셋이서 합심해 다른 동까지 열심히 떡 배달을
하더니, 저희들도 무언가 했다는 뿌듯함에 추운 것도 잊고 신이 나서 돌아왔다. (돌떡을 받은 집에서는 또 아기 옷 선물을 갖다
주셨다.^^)
우리 공주님, 드레스 입고도 사진을 찍어줬다.
ⓒ원혜진 |
다음날 월요일 점심에는 친정 이모들께서 오셨다. 전날처럼 상을
차려 점심 식사를 하고 사진도 찍었다. 집이 좁아 한꺼번에 많은 손님들이 오시면 힘들어서 이틀 동안 나눠서 식사를 하게 된 것. 또 친정
부모님과 이모님 세 분이 오셔서 북적북적하니 아기를 데리고 놀아주시고 덕담도 많이 해주셨다. 다들 집에서 하니 편하다 하시며, 뭘 이렇게 많이
차렸냐고 칭찬해주셨다.
다음날 화요일은 아기의 진짜 생일! 아빠가 모처럼 일찍 귀가해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엄마가 구운
치즈케이크와 과일을 차려놓고 간단하게 생일파티를 했다.
이렇게 삼일에 걸친 아기의 생일 파티가 끝났다. 옷이나 머리띠는 모두 물려
입은 것이라 추가로 든 비용이 없어서 장 본 것 삼십만 원 가량 빼고는 반지 한 돈과 축하금 들어온 것이 고스란히 남았다. 첫째 돌잔치 때에는
식대가 비싸서 별로 남은 돈이 없었는데 말이다.
이번 돌잔치는 엄마 아빠가 직접 상 차려서 즐겁게 편안하게 잘 치룬, 그리고 마지막
돌잔치여서 기억에 오래 남을 듯하다. 돌잡이를 청진기 잡은 기념으로 우리 아기에게 진짜 청진기를 하나 선물해야지!
* 칼럼니스트 원혜진은
3남 1녀(04년, 06년, 08년, 11년생)를 키우는 주부이다. 이화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학원, 도서관 등에서 논술 강사로 일해 왔으며,
커가는 아이들과 더 많은 시간을 갖기 위해 전업주부로 전향할 계획이다. 홈스쿨링과 자연 속에서의 삶을 꿈꾸며, 집안일하는 것보다 아이들과 책
읽고 노는 것을 더 좋아하는 철없는 엄마. 베이비뉴스 저도 둘째는 집에서 할까 생각도 한답니다.. 신랑도 그러길 원하고.. 그런데 또 둘째가 커서 서운해할까 걱정도 되고.. 아직 생기지도 않은 둘째 돌잔치 생각을 벌써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