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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에게 안된다는 말을 하면 안되는 걸까요? 공유해요~

작성일 2015.12.15 01:35 | 조회 1,524 | 서빈공쥬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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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연의 아기발달 백과
건강한 눈치가 EQ를 높인다

신세대 엄마가 12개월 된 여자아기를 데리고 발달검사를 받으러 왔다.
검사는 항상 아기가 수행하기 쉬운 항목부터 시작한다.
우선 구멍에 막대기를 끼우는 장난감을 꺼내 주었다.
아기가 6개의 구멍에 막대기를 끼워 넣을 때마다 엄마는 손뼉을 치며 아기를 칭찬했다.
그런데 아기는 엄마의 칭찬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구멍에 막대기를 집어넣고 있었다.
보통 아기들은 너무 쉬운 과제를 수행했을 때 칭찬을 받으면 그 칭찬을 무시하게 된다.
그다음은 동그라미와 네모를 맞추어 집어넣는 퍼즐이었다.
엄마는 또다시 큰 소리로 박수를 쳤다.
아기는 박수를 치는 엄마를 쳐다보지도 않고 장난감을 제시하는 검사자의 얼굴도 의식하지 않은 채 주어진 과제를 척척 해냈다.

검사 중에 아기의 행동을 제지하는 행동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점검하는 항목이 있다. 아기가 장난감을 만지려고 할 때 일부러 아기에게 “안 돼!” 하고 단호하게 말해보았다.
하지만 아기는 검사자의 말에 전혀 긴장감을 보이지 않았다.
안 된다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말을 해도 아기는 외면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장난감에 손을 내밀었다.
이번에는 아기의 어깨를 눌러서 잡고 얼굴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안 돼!” 하고 이야기해보았다.
아기는 그제야 몸부림을 치다가 주춤하였다. 엄마는 아기의 몸을 구속하면서까지 아기를 저지하는 검사자의 행동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반면 큰 체격에 표정이 별로 없던 아빠는 아무 표정변화 없이 그저 지켜보았다.

알고 보니 아기는 안 된다는 소리를 거의 듣지 못하고 자랐다.
아빠가 간혹 야단을 쳤지만 야단을 치는 것은 아기의 기를 죽이는 일이라는 엄마의 육아철학 때문에 야단치지 말라는 부탁을 받은 상태라고 했다.

한참 부모와 상담을 하고 있는데 혼자 놀기가 심심해졌는지 아기가 검사실의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다시 단호하게 “안 돼!” 하고 말을 하자 이번에는 아기가 필자의 얼굴을 쳐다보며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더 굳은 표정으로 아기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자 아기는 슬그머니 서랍에서 손을 떼고 물러났다. 아기의 모습을 지켜보던 엄마는 무척 놀라는 눈빛이었다.
12개월 된 아기가 어른의 말을 알아듣는다는 사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만 3세 이전에 안정적인 애착형성이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 때문에 많은 엄마들이 아기에게 절대로 안 된다는 말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또 아기의 자존감이 화두가 되면서 아기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할 수 있게 해주어야 자존감이 높아진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덕분에 요즘 엄마들은 아기가 하는 크고 작은 행동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칭찬을 해준다.

물론 아기들에게 칭찬은 필요하다.
하지만 아기가 정말 어려운 과제를 수행했을 때 칭찬이 주어져야만 상대를 의식하게 되고 상대방의 반응을 통해서 건강한 자존감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부모가 원치 않는 행동을 했을 때는 목소리의 톤이나 얼굴표정으로 부모가 원하는 행동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게 해야 한다.
물론 이때 아기를 때리는 행동으로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에 아기의 자존감 향상을 위해서 무조건 칭찬만 하는 육아태도가 오히려 아이의 자존감을 낮게 만든다는 연구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자신감을 키워주기 위해 과장된 칭찬을 반복하면 아기는 잘잘못을 구별하는 능력을 갖지 못하게 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정당한 비판도 받아들이지 못해 쉽게 기가 죽는, 나약한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기가 뚜렷하게 잘못한 일이 없는데 크게 야단을 치거나 열심히 노력했는데 꾸짖으면 아기는 기가 죽는다.
예를 들어, 엄마 얼굴을 열심히 그린 아기에게 “야! 엄마가 돼지야?” 하고 소리를 치면 아기는 기가 죽는다.
그러나 부모가 원치 않는 행동을 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 단호한 태도를 보이면 아기는 자신의 행동에 대한 부모의 의견에 대해서 건강한 긴장감을 갖게 된다.
이러한 건강한 긴장감은 모든 인간관계에 필요한 것이다.

흔히 EQ가 높은 아기는 눈치가 빠르다고 한다. EQ의 특성 중 하나가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서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상대방에 대한 고려이며 배려이다.
아기의 운동성이 좋아지는 생후 7~8개월 이후부터는 아기의 행동에 대한 부모의 의견을 분명하게 표현해주어야 한다.
어려운 일을 해냈을 때는 칭찬해주고,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했을 때는 안 된다는 표시를 분명하게 전달하자.
그래야 사회성도 좋아지고 자존감도 높은 아이로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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