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에게

작성일 2009.06.14 09:39 | 조회 5,318 | 유지호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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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에게


석용원

아득한 하늘 반짝이는 별자리같이
나는 너의 두 눈동자에 잠기고
너를 안은 나의 두 팔은 너무 길구나
아가의 예쁜 얼굴을 그릴
언어가 모자라서 당황하는 시인은
거칠고 부황한 불을
네 가녀리고 따사한 볼에 댄다.

첫 울음을 기다려 진통하던 날
하늘의 천사들은 꼭 너의 모습으로 춤을 추었고
발가벗은 네 어깨에는
아리따운 날개가 돋쳐 있었다.

조그만 방안에서
넌 백 날을 자랐고
방보다도 너의 팔보다도 더 쬐그만 너는
지금 내 가슴에 안겨 잠을 잔다.

네가 얼굴을 찡그릴 때
지구는 주름투성이가 되고
네가 웃으며 손을 휘저을 때
우주는 네 손안에서 꽃으로 핀다.

아빤 인제 탐낼 아무 것도 없다는
옛이아기를 먼 훗날 너에게 들려주리라
지금은 이렇게 뜨거운 이슬로
네게서 원죄를 쫓아낸다.

아가야, 너는 천국으로 뻗어나는 식물이 되라.
따스한 데로 뿌리 펴는 식물이 되라.


*예전에 울아들 백일사진 찍고 앨범에 넣을 좋은 말귀 찾다가 찾게 된 시입니다. 엄마,
아빠의 마음이 잘 들어 있는 것 같아 한 번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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