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작가 임우택)
작성일 2009.09.24 08:46
| 조회 3,296 | 큰아들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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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임우택
나에겐 두 아들이 있습니다.
스물 넷, 스물 하나가 되었네요.
여러분들도 그러하듯이 자녀란
세상에서 만난 소중한 사랑입니다.
나는 그들과 만나거나 떨어질 때
깊은 인사를 나눕니다.
우리들이 집에서 나누는 인사 방법은 포옹이지요.
네가 있음이 내겐 무엇보다 큰 기쁨이다.
헤어져 있는 시간, 몸도 마음도 건강하기를
나의 소중한 사람을 가슴속에 담으며
몸의 언어를 전하는 것입니다.
집에 돌아오는 시간, 초인종이 울리면
문을 열고 뛰어나가
그의 눈을 바라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반가움과 감사함으로 두 팔을 벌리는 일입니다.
자식을 껴안으며 나는 우주와 만나는 기쁨을 느낍니다.
나는 말을 잘 못합니다.
국어를 가르치는 사람이지만
정직하게 말한다면 나는 언어에 대한 결핍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의 말로서는 그 무엇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벙어리처럼 아이를 껴안을 수밖에 없습니다.
표현할 수 없는 그것을 가슴속에 중얼거리며
나는 가르치는 사람이지만 가르칠 수 없다는 걸
그런 가르침으로는 정말 가르치고자 하는 걸
전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나 또한 부모님에게서 말로 배운 것이 아니라
그 분의 땀과 그 분의 눈물과
그 분의 꿈과 그 분의 일과 사랑에서
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말에는 사랑보다 욕심이 더 많은 것 같아서
가능한 말을 줄이고 그에게 나의 체온을 맡깁니다.
말은 장점보다 너무 많은 단점들을 함께 만들어 내기 때문에
늘 조심스러워지고 꼭 필요한 말 이외에는
아름다운 꽃을 바라보듯이
예쁜 강아지를 어루만지듯
나의 여인을 품에 안 듯이
아들의 손가락을 어루만집니다.
아이들이 커버려 길 위에서 어깨동무를 할 수는 없지만
그의 허리를 껴안고 걸어가기도 합니다.
걱정 한 번 끼치지 않고 자라 준 아이들이 고마워
마음속에 있는 분에게 감사를 드리기도 하지요.
아이들은 성공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둘째 아이는 대입을 두 번이나 실패한 삼수생이지요.
그러나 실패를 소중하게 간직하기를 바라기는 합니다.
나는 아이들이 세상에서 성공하기를 꿈꾸지는 않습니다.
사람을 사랑하고 세계를 사랑하며
사랑하는 벗들과 함께 웃으며 걸어가는 삶이 된다면
어떤 성공도 버릴 줄 아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두 아이를 품에 안으면
하늘이 가슴을 열고
나무들이 춤을 춥니다.
<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