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익명으로 쓰는 곳이라 맘놓고 글 남깁니다.
얼마전 암 말기이신 아빠 걱정으로 글 남겼는데
몇몇 맘들의 위로에 기분이 한결 나아져서 또 다시 이곳을 찾게 됐네요.
2년전 암으로 엄마 돌아가시고, 그 후에 결혼했어요.
아빠는 1년전 암 선고를 받고 지금은 암 말기 환자시고요.
아빠 남은 기간동안만이라도 편하게 해드리고자
저희 세 남매 다 같이 큰 집 얻어서 아빠 모시고 살고 있어요.
문제는 암말기인 아빠보다도 우리집 두 남자입니다.
(형부 얘기는 나중에...)
동생은 저보다 3살 아래로 이제 20대 중반이예요.
군대도 안 갔겠다, 이제 자리좀 잡고 살았으면 좋겠는데,
어려서부터 없는 살림에 아들에다 막내라고 온 식구가(저 뺴고)
다른 형제들보다 더 많이 주면서 키웠어요.
갖고 싶으면, 집의 전기가 끊기더라도 동생 꺼는 사주려 노력했었고요.
그게 화근이었던 걸까요? 지금까지도 철이 안 듭니다.
엄마 돌아가실 때에는, 엄마 아픈 모습 보는 거 마음 아프다는 핑계로
외박을 밥 먹듯이 하더니, 지금은 일하느라 피곤해서 집까지 못 오기 때문에
회사 근처 형들 집에서 자고 바로 출근한다며 5일 째 외박이예요.
정말 형들집에서 자는건지 새로생긴 여친 집에서 자는 건지는 미지수이지만요.
하루 쉬는 날에는 그 동안 못 만난 친구와 여친 만나야 된다며 나가서 새벽에 들어오고..
거동 힘드신 아빠 수발들라는 것도 아니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인데 옆에서 단 10분이라도 몇 마디 나누는 것도 못 하나요?
임신 중에 아빠 수중 들면서, 일하면서 정신없는 누나를 위해서라도
출근 전에 조금 일찍, 아니면 퇴근하고 친구들 포기하고 집에 와서
설거지 한번이라도, 청소기 한번이라도, 아니 그냥 누나 고생이 많아,라고 토닥거리는 거, 어려운가요?
아빠에게 맞춘 식단 요리해야 하죠, 신랑이랑 제 끼니 따로 챙겨야 하죠, 일하는 데서 스트레스 받죠,
임신이라 힘들죠(불면증, 변비 등등), 임신 중에 엄마 안 계신 것도 서럽고 속상한데,
동생이라고 있는 게 저렇게 철이 없어서 맨날 문자로 누나 나 오늘 집에 안 들어가, 사랑해. 이러고 있어요.
아빠도 말씀은 안하시지만 얼마나 섭섭하시겠어요.
애지중지 키운 아들놈이 중환자인 아빠한테 말 한마디 따스하게 안 걸어드리니 말예요.
여자친구랑 데이트하고 친구들이랑 술 먹은 돈은 있고,
누나들한테 생활비 보태줄 돈은 없어서 돈 빌려간 게 벌써 몇 번인지 몰라요.
아빠까지 가시고 나면 이제 정말 우리 세 남매가 부둥켜 안고 살아야 하는데,
동생 보고 있으면 정말 한숨밖에 안 나옵니다.
제가 동생 앞 날이 걱정된다고 했더니, 저희 언니는 정 안되면 내가 끼고 살아야지 이러고 있어요.
제가 냉정한 건지 언니가 바보같이 착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전 우리 아기 나오고, 상황되면 신랑이랑 같이 바로 멀리 이사갈 거예요.
간간히 얼굴만 보고 살면, 못볼꼴은 안 봐도 되잖아요?
님들, 제가 오버하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