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년의 마지막날을 심재성 화상2도로 마무리 하다

작성일 2010.02.10 10:26 | 조회 2,462 | 이예은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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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년의 마지막날...

휴직을 끝내고 다시 회사로 복직한 저는
주중엔 친정에 아이를 맡기고 주말에만 만나는
그런~~ 슬프고 애닮픈 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신년 새해 만이라도 우리 세식구가 오붓하게 보내소
싶은 맘에 아이를 친정에서 데려왔어요.

이유식이나 목욕이나 모든 것들을 친정엄마가 챙겨주시다가
갑자기 저 혼자서 하려니
어색 어색~~
아직 퇴근하지 않은 남편을 기다리며
저는 11개월 딸과 제대로 놀아주지 못하며
저녁식탁과 예은이의 이유식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한해의 마지막날의 저녁 식탁이라는 부담감 때문에
예은이를 멀찍이 장난감을 주며 놀게 하며
저는 오븐에 고구마도 굽고 닭다리도 굽고 있었어요...

대충 저녁음식을 만들고
이젠 다시 뒷베란다의 빨래를 처리하려 세탁실에 들어갔답니다.

세탁실에 들어가며
빌트인이 된 오븐의 미열이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멀찍이 떨어져서 혼자 신나게 쇼파 오르락 내리락 놀이를 하고 있던
제 딸을 보자
" 잠깐인데 뭐 어때? "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한 20초쯤 세탁물을 분류하고 있을때
저희 딸의 비명 소리가 들렸습니다.

불길한 이미지가 홱 스치자마자
저는 부엌으로 뛰어 들어갔지요?

아니나 다를까 저희 딸은 오븐 앞에서 바르르 떨며
숨 넘어가게 울고 있었습니다.

왜? 왜? 왜?
예은이 뜨거웠어? 어디 어디?

11개월 딸이 말을 할리는 없고
정말 서럽게 울었어요.

우는 애를 꼭 잡고 손바닥을 봤습니다.
오른손이 조금 이상한 듯 보였어요..
야간 부은 듯?

뒤늦게 정신을 차린 저는 수돗물에 손을 씻겨 주었어요
혹시나 싶어 왼손도 같이 수돗물에 한참을 대고 있었어요.

신기하게 물이 손에 닿으면 울지 않길래
정말 경미한 화상인가 보다 했습니다..

그런 이런!! 이런!!

가만히 보니까 저희 딸이
자꾸 울면서 혓바닥을 낼름 거리지 않겠어요?

평소 저희딸은 유리창문에
입과 혓바닥을 대며 노는 이상한 버릇이 있어서
순간 저는 또 다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답니다..

예은이가 혹시 오븐에 손 뿐만 아니라 혓바닥도
같이 댄 것은 아닐까?

그때부턴 제가 정말 이성을 잃은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병원으로 가야하나 남편에게 알려야 하나
대체 뭘 해야할지 판단이 서지 않아서
부들부들 떨고 있었지요...

그때 저희 남편이 일찍 퇴근을 했습니다.
남편은 예은이의 혀와 손바닥을 살펴본 후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니 일단 우는 예은이를
달래 보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예은이를 업어 주었어요...
그리고 저희 딸은 잠이 들었지요

아... 이건 또 왠 날벼락 입니까...

아까까진 약간 부은 듯했던
예은이 손바닥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빨갛게 부어오르더니
손끝과 손바닥 일부에 물집이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또 다시 이성을 잃은 저!!!

병원에 전화를 했지요..
아기들은 피부가 약해서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더 부어오른다며
응급처치를 어떻게 했냐고 묻더군요..
그리고 되도록 이면 빨리 인근 병원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저랑 저희 남편은요..
한겨울에 겉옷도 안 걸치고
심지어 저는 양말도 안신고
병원에 갔지요...

전 이상한 상상까지 했어요
심하게 부은 손과.. 심하게 부어 입도 다물지 못하게 된 혓바닥...

진료 받는 내내
저는 자책감으로 너무 괴로웠습니다.

고작 3일을 아이와 함께 있겠다며
데리고 와서 고작 화상이나 입혀 병원 신세를 지게하다니....

폭풍같은 시간이 지나고
새해의 첫시간을 알리는 뉴스가 TV에서 나오더군요...
휴우~~~

집으로 돌아가는 저희 부부에게 의사 선생님께서는
계속 상처부위를 봐야 하니 당분간 계속 진료 받으러
매일 오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보험회사에 연락을 하라고 하시더군요...

지금 저희 딸은 다행히 흔적도 없이 상처는 나 았습니다.
그리고 붕대를 감은 예은이의 해맑은 사진만 남았습니다..
아~~ 아니구나... 화상을 위한 치료를 위해 보험회사에서
준 보험료도 있었구나?

전 통장에 찍힌 보험료는 보면
그때의 생각이 나요... 못난 맛벌이 부부를 만난
우리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고요...
그리고 태아때 부터 보험 들어놓기를 잘했단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나마 보험이나 들어놓아서
친정 엄마에 대한 질책이 2일만에 끝났답니다.

보험 마저 들어놓지 않았으면
넌 애미가 되어서 대체 하는게 뭐냐는~
그 무서운 질책을 지금까지 듣고 있을꺼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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