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5개월인데 시댁에서 일하랍니다.

작성일 2011.07.10 03:46 | 조회 4,9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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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농사를 하시는 시댁에 가장 힘든 포도봉지를 싸는 때가 되었네요.

 

매년 같은 시기에 하는 일은 아닌지라 작년에 휴가를 하필 그때 다녀왔다가 엄청 욕을 먹었습니다.

남편은 시댁일이라면 자기 몸 힘들고 피곤해도 꼭 가는 사람인데 열에 아홉번 가고

그 한번을 빠졌다고 아주 죽일 놈 취급을 받더군요. 보는 제가 어이없어서 따지려는데도

남편이 어쨌든 힘든 일 안한 건 맞으니까 다음엔 날짜 봐가면서 휴가 가자고 그냥 넘겼습니다.

 

이번해에도 한달 전부터 계획을 잡고 잡기 전에 포도봉지 언제 싸냐며 몇번을 물었는데

계속 안 하시더니 휴가날짜랑 또 겹쳐버렸네요. 남편은 지난번에 욕먹은 일도 있고 해서

자기는 일하러 갈테니 저보고는 아이랑 다녀오라면서 놀러가는 것도 포기하고 일하러 가기로 하고

같이 가기로 했던 모임에서는 다같이 가야지 누가 빠지면 되냐면서 다들 휴가를 미뤘습니다.

 

저는 임신중이라 어차피 농사일 돕긴 무리이고 시댁가면 어머님이 아픈 다리 절면서

일하러 나가시는데 임신했다고 집에 있기도 가시방석이라 일 안할거면 안간다고 했고

남편도 자기가 일하는 것도 힘든데 집에서 쉬라고 혼자 다녀오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금요일 저녁에 시아버님한테 전화가 와서는

남편한테 주말에 너 혼자 올거냐면서 저도 같이 오라는 겁니다.

남편이 제가 약속이 있어서 못간다니까 무슨약속이냐며 깨고 오라고 막무가내에다

친구 만나기로 했다고 말하니까 친구 누구를 만나냐며 다 필요없고

시골 내려와서 우리 큰아이랑 시댁조카 둘을 보면서 밭일은 말고 밥을 하랍니다.

남편이 애엄마는 자기 애 하나 보기도 힘들고 임신 중인 사람인데

어떻게 조카들까지 보면서 집안일도 하라고 하냐고

자기는 아들이니까 불러다 일 시키실 수 있겠지만 며느리한테는 그러지 말라고 하더라구요.

 

전화 끊고서 그동안은 시골에서 일할때 어떻게 했냐고 남편한테 물어봤더니

시댁에 같이 사는 작은형님이 자기 혼자 아이 둘 보면서 밥 못한다고 

밭일하시던 어머님께 전화해서 아이 봐달라고 자기가 밥 하겠다고 그러더래요. 

 

첫아이때도 그렇고 너무 배려없는 시댁의 처사에 어이가 없어요.

무슨 며느리를 일꾼 하나 얻었다고 생각하시는지

하긴 아이 낳고 100일도 안되서 추석명절에 아이때문에 당일에 가겠다고 했다가

집안 분란 일으키는 못된 며느리가 들어왔다고 윗동서들이 아주 난리를 치더라구요.

저희는 남편이 아들 넷에 셋째라 다같은 며느리면서도 윗분들이 시어머니 노릇을 해서

더 짜증나고 힘들어요. 진짜 이럴 땐 외동이 낫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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