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의 사랑

작성일 2008.11.25 10:50 | 조회 2,286 | 맘스천사들

1
고슴도치의 사랑밝은 대낮에
떡걸나무 숲 속을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는
고슴도치가 있었다.
고슴도치는 야행성이라
주로 낮에는 바위 뒤에나 나무뿌리에서 숨어서 자다가
밤이 되면 슬슬 돌아다니는데
‘고슴이’라고 불리우는 고슴도치만은
그렇지 않았다.
고슴이는 언제나 친구들이 다 잠든
낮이면 혼자 일어나
작은 귀를 종긋 세우고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떡갈나무 숲을 산책했다.
그리초 친구들이 기지개를 켜고 활동하는 밤이면
혼자 너럭바위 밑에 들어가 잠을 잤다.
친구들은 그런 고슴이의 행동을 이해할수 없었다.

“고슴아! 넌 너 자신을 알아야돼! 넌 고슴도치야!
고슴도치는 고슴도치처럼 살아야지!
넌 왜 우리가 다 잠든 낮이면 일어나고
우리가 일어나는 밤이면 자니? “

“미안해. 그렇지만 난 밤이 싫어. 맑은 바람이 불고
햇님이 있고 햇살이 눈부신 밝은 대낮이 좋아.“

“밤에도 달님이 있어. 달빛이 있고.
어디 그뿐인줄 아니? 별님도 있고 별빛도 있어.
밤하늘에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

“하긴 그래...
하지만 난 어둠이 싫어.
어두컴컴한 밤은 정말 싫어...“

고슴이는 친구들의 말에는 조금도 귀를 기울이지
읺고 해만 뜨면 일어나 숲속을 산책했다.
그럴 때마다 고슴이는 자신이 참으로 행복한
고슴도치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고슴이는 숲 속 오솔길에서 다람쥐 한 마리를 만났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아침 산책길에서 가끔 만나곤 하던 다람쥐였지만
그날따라 다람쥐를 보자 가슴이 콩콩뛰기 시작했다.
재빨리 나무에 기어올라 서서 자신을 쳐다보는
다람쥐의 초롱초롱한 눈빛에 그만 온몸이
다 녹아버리는 것 같았다.
고슴이는 용기를 내어 가만히 다름뒤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난 고슴이야. 넌 이름이 머니”

“난 다람이야.”

“다람이야. 나도 너처럼 나무 위에 올라가고 싶어.
그런데 어떻게 하면 올라갈 수 있니.
그 방법을 좀 가르쳐 줄수 있니?“
그건 가르쳐 준다고 되는 일이 아니야
자기 스스로 노력하는 일이야...“

다람이는 고슴이를 내려다보며 방긋
미소를 띠었다
고슴이는 다람이에게 가까이 가고 싶어서 어떻하든
나무위로 기어오르려고 애를 섰다.
그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번번이 나가떨어지기만 할 뿐
도저히 나무위로 기어오를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고슴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나동그라지고 또 나동그라져도 열심히 나무위로
기어올라가 해질 무렵 쯤 되어서는
나무 밑동 위로 조금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다람이는 집으로 돌아가버리고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날 밤, 너럭바위 아래로 돌아온 고슴이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바위 틈새로 반짝이는 밤하늘의 별들이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별이랑 별은 모두 떡갈나무 가지 사이에 빛나던
다람이의 맑고 까만 눈동자 같았다.

이튿날 아침, 고슴이는 다람이를 만나기 위해
다음 날, 보다 일찍 일어나 떡갈나무 숲으로 갔다.
다람이도 밤새 고슴이가 보고 싶었는지 다른 말보다
더 일찍 숲으로 나와 있었다.
고슴이는 한없이 가슴이 뛰었다.
다람이가 그 탐스러운 꼬리를 치켜 올릴 때 마다
발갛게 얼굴이 달아올랐다.

고슴이와 다람이는 이렇게 이른 아침마다 숲 속
오솔길에서 만나고 또 만났다.
그들이 만날 때마다 숲은 언제나 아침이슬에 젖어 있었고
다람이는 언제나 햇살에 빛나는 아침이슬 같았다.
고슴이는 그런 다람이를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런 어느 날,숲 속에 고요히 피어오르는 물안개를
바라보고 이다가 고슴이는 그만 마음속으로 깊이
감추고 있던 말을 하고 말았다.

“다람이야. 난 결코 이말을 안하려고 했는데...
난 널 사랑해...“

그러자 다람이가 재빨리 나무 아래로 내려오며 말했다.

“고슴이야, 나도 널 사랑해.”

“정말?”

“그럼!난 네가 그말을 해주길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다람이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고슴이의 품안으로
달려들었다.

고슴이는 너무 기쁜 나머지 있는 힘을 다해 다람이를
껴안았다.

그러자 갑자기 다람이는 비명을 지르며 소리쳤다.

“야야! 야! 이거 놔. 이거 놓으란 말이야!”

하고 비명을 내질렀다.

고슴이는 깜짝 놀라 얼른 팔의 힘을 풀었다.

그러자 다람이가 재빨리 고슴이의 품을 빠져나오면서 소리쳤다.

“넌 몸에 왜 그렇게 가시가 많니? 따가워 죽을 뻔 했어!”

다람이는 화가 잔뜩 난 얼굴이었다.

“우리 고슴도치들은 다들 그래.
나만 가시털이 있는게 아냐...“

“그러면 그렇다고 미리 말했어야지.
난 가시가 있으면 싫어. 날 사랑하지 않을거야.
네 몸에 가시가 있는 줄은 정말 몰랐어,“

“다람이야, 그러지마. 내가 누굴 사랑해본 건
네가 처음이야.“

“그래도 싫어. 몸에 가시가 있는 한.
난 널 사랑하지 않을 꺼야...
난 널 안을수도 네게 안길수도 없어.“

고슴이는 정신이 멍해졌다.
사랑을 얻게 된 순간에 갑자기 사랑을 잃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멍하니 다람이만 쳐다보았다.

“다람이야, 사랑은 그런게 아니야.
우리가 누구를 사랑한 가는 건 있는 그대로를 사랑한다는
뜻이야. 내가 조금 못났더라도 예브게 봐줬으면 해.“

“아냐 난 네 가시털이 너무 아파.
네가 날 정말 사랑한다면 이번 기회에 아예
가시털을 없애버렸으면 좋겠어.“

“가시털을 없애라고?”

“그래, 사랑한다면 말이야.”

“그건 내게 너무 무리한 요구야. 가시털이 없으면
난 죽게 될지도 몰라. 내가 죽으면 날 만날수도 없잔니?“

“그래도 난 가시털이 싫어.”

“다람이야, 부탁이야. 지금 있는 그래로를 사랑해줘.”
고슴이는 겨우 정신을 차리고 떠듬떠듬 말을 이어갔다.
그러나 다람이는

“가시털을 없애지 않느면 날 만날 생각도 하지마.”

하고 소리치고는 쪼르르 나무 위로 올라가 버렸다.
고슴이는 슬펐다.
다람이가 올라간 떡갈나무를 바라보며 고슴이는
서럽게 울었다.

‘넌 등에 검은 줄이 다섯 개다 되잖아.
나도 어떤 땐 그 검을 줄들이 보기 싫을 때가 있었어.
그렇지만 난 그것 때문에 널 미워하거나
싫어하지는 않났어...그런데...‘

다람이가 사라진 떡갈나무를 보며
고슴이는 몸을 웅크린채 혼자 울고 또 울었다.
고슴이는 다람이를 만날 수가 없었다.
다람이는 고슴이가 떡갈나무 숲 속에서 나타나기만
하면 어디론가 멀리 달아나 버리곤 했다.
고슴이는 다람이가 보고 싶어 견딜수 없었다.
사랑이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인 줄 몰랐던
고슴이는 날마다 눈물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다람이를 사랑하는 한 어쩔수 없어
내 몸의 가시털을 없앨수 빡에. 다람이는 날 사랑면서도
가시털 때문에 날 멀리하고 있을 뿐이다.
내 몸에 가시털만 없다면 지금쯤 우리는 매일 서로 만나
뜨겁게 사랑하고 있을거야. 난 다람이를 위해
내 몸의 가시털을 없애지 않으면 안데.‘

고슴이는 그날부터 가시털을 없애기 위해
바위 모서리에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바위 모서리에 한 번 씩 몸을 비빌 때 마다
부드러운 살갗는 긁혀 피가 났다.
온 몸에서 피가 흐로고 눈 앞이 빨갛게 보였다.
팔 다리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아팠다.
그러나 고슴이는 다람이를 생각하며 참고 또 참았다.

“고슴아. 너 도대체 머하는 짓이야?”

“가시털을 없애려는 거야.”

“왜?”

“몰라도 돼”

“너 이러다가 잘못하면 죽어, 가시털은
우리의 생명과도 같은거야.“

“나도 알아. 그렇지만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어.
나는 꼭 해야할 일이 있거든...“

몇 날 며칠 친구들이 안타깝게 말려도 고슴이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바위에 몸을 비볐고,
밤이고 낮이고 바위에 몸을 부디쳤다.

결국 고슴이는 바위 하나를 벌겋게 피로 물들고 나서야
몸에 난 가시털을 모두 없앨 수 있었다.
고슴이는 그 길로 곧장 다람이를 찾아갔다.

“다람이야!”

“고슴아? 너 왜 그래?””

“다람이야, 네 말대로 내 몸의 가시털을 다 없앴어.”

“머라고? 정말이야?”

“그래 난 널 위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던지 다 할 수 있어
날 한 번 안아봐 이젠 가시가 없어. 괜찬아...“

다람이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가시털을 다 없엔 고슴이의 부드러운 살갗은 닳고 닳아
상처투성이었고 온몸이 피투성이었다.
다람이는 얼른 달려가 고슴이를 꼬옥 껴않아주면서
말했다.

“고슴아,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난 정말 그럴 줄 몰랐어. 용서해 줘.“

다람이는 고슴이에게 가시털을 없애라고 한 일이
후회되었다. 고슴이를 그토록 고통스럽게 만든
자신이 미웠다.

“고슴아, 미안해 다시는 그런 말하지 않을께.”

“아니야, 괜찬아. 난 이대로 행복해.”

사랑하는 다람이의 품에 안긴 고슴이는 정말 행복했다.
마치 포근한 엄마 품에 안긴 것 처럼...
이대로 시간이 흐르지 않고 영원히 멈춰 버렸으면 싶었다

그러나 고슴도치는 그런 행복은 잠깐이었다.
갑자기 다람쥐를 짝사랑하는 들쥐가 나타나
고슴도치를 공격해 왔다.

“감히 고슴도치 주제에 다람쥐를 사랑하다니!
저리 비키지 못해?“

고슴이를 노려보는 검은 들쥐에 번득이는 붉은 눈은
무섭게 빛나고 있었다.

“정말 저리 비키지 못해?”

고슴이는 들쥐의 망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다람이를
더욱 꼭 껴안았다.
그러자 들쥐가 날카로운 이빨로 고슴이를 공격해 왔다.
고슴이도 두발을 치켜들고 들쥐에게 달려들었다.

“애들아 싸우지마.”

다람이가 발을 동동 구르면서 소리쳤지만 싸움을 쉽게
끝나지 않았다.
서로 뒤엉켜 땅바닥을 뒹굴때마다 들쥐의 날카로운
이빨에 찔려 고슴이의 몸은 피투성이가 되어갔다.
몸에 가시가 없어진 고슴이는 들쥐의 공격을
막을 재간이 없었다.
고슴이는 그만 사랑하는 다람이를 들쥐에게
그렇게 빼앗기고 말았다.

‘다람이를 위해 가시까지 없앴는데 들쥐에게
빼앗기다니...‘

고슴이는 너무나 억울해서 슬피울었다.
몇 날 며칠 떡갈나무 숲속에서는
고슴이의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그러나 고슴이의 몸속에서 다시 가시털이 조금씩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정작 고슴이 자신마저도...

- 정호승, 동화<고슴이와 다람이>중에서


덧글입력